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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교육 과정

“청년 장애인들, 평범한 삶 넘어 받은 사랑 함께 나눠요”

재미난청춘세상 2기 졸업생인 홍성실 선생님이 진행하는 착한소문쟁이 시즌 3, 열 번째 이야기 “일배움터”편입니다.

착한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재미난청춘세상이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

출 처 : 소셜임팩트뉴스(www.socialimpactnews.net)

작성일 : 2025년 4월 2일

     

“직장생활하면서 선배들 따라서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 활동을 했어요. 시설에 방문, 어르신들 목욕을 도와드렸는데 후각이 예민하다 보니 뭐 하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뭐든 척척 해내시게 마치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어요. 당시 그런 마음이 계기가 되어 야간 과정으로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무렵이 되어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곳이 일배움터였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장애인분들을 직접 돌보는 업무가 적성에 맞을까 고민이 많았던 상황에 회계 전문인력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행정업무를 잘해서 장애인분들에게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해주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매일 즐겁게 일하다 보니 행정팀장, 사무국장을 거쳐 원장직까지 맡아 수행하게 됐습니다.”

     

일찍부터 추천을 받았지만, 제주까지는 엄두가 쉽게 나지 않아 미루다 이번에 용기를 냈다. 그렇게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핸인핸 이혜정 원장의 소개로 청년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사회적기업 일배움터의 오영순 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인터뷰에 앞서 각종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그녀와 일배움터에 대한 궁금증은 높아만 갔다. 계약직 직원으로 합류해 8년째 시설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영순 원장과 급여 끝전을 모아 도리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임직원들,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청년 장애인들의 평범한 삶 이상의 가치를 디자인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의 진정성이 주는 소중함과 영향력을 다시 한번 헤아려 볼 수 있었으면 싶다.

     

회계 전문 계약직 사원으로 일배움터와 첫 인연

     

일배움터 오영순 원장은 2018년 8월부터 시설장으로서 7년째 소임을 다하며 크고 작은 성과들을 통해 주목받고 있지만 그녀의 시작은 회계 전문 계약직 사원이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사들을 향한 존경심을 갖게 된 그녀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39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일배움터에 합류했다. 사회복지학 공부를 마쳤지만, 후각이 예민하기도 하고 몸으로 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던 터라 장애인분들을 직접 돌보는 업무가 적성에 맞을까 고민하던 차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오 원장은 당시 장애인분들을 더 잘 돌보려면 행정업무를 잘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마음에 직업재활 복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식이 없었음에도 도전을 결정했다. 그런데 일배움터에서의 일상은 하루하루 너무 즐겁고 신이 났다. 소극적으로 회계 업무에만 전념하는 대신 어느 곳이든 예산을 확보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 찾아 공을 들여 제안서를 준비했고 그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며, 그 수혜를 고스란히 장애인분들께 돌려 드릴 수 있게 됐다.

     

오영순 원장은 “즐겁게 일했을 뿐인데 어느덧 행정팀장, 사무국장이 돼 있었고 급기야는 일배움터에서 일한 지 8년여 만에 시설장 임명을 받았다. 당시에는 직원이 시설장으로 발령받는 사례도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분야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었다”라며, “주말도 마다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일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 환하게 웃고 있는 일배움터 오영순 원장의 모습 / 홍성실 제공

     

끊임없이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개성에 맞는 직무 고민, 사업으로 발전 도모

     

일배움터의 미션은 청년 장애인의 평범한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직업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 일상생활, 직업적응훈련, 사회적응훈련 등을 통해 작업능력과 잠재능력을 향상해 지역사회 안에서 인격적인 독립과 존중을 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오영순 원장은 일배움터의 가장 큰 자랑거리로 청년 장애인들에게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일상을 선물해 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독립을 통해 개인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평화와 안정감을 주고 있는 점을 꼽았다. 또한, 장애인 사원들이 일배움터를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직장이 아니라 즐겁게 출근해서 자기 계발까지 도모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어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사원들 개개인에게 자신에게 꼭 맞는 직무를 찾아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일배움터가 과거 진행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아이템 모두 청년 장애인들 저마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 착실하게 사업성을 다져 온 결과물이었다는 게 오 원장의 설명이다. 농업 계열의 업무 역시 발달장애인들이 집중할 수 있고 정서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시작, 현재는 꽃을 가꾸고 키워 화분에 담아 판매하는 화훼사업과 길거리에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초화사업으로까지 발전이 됐다.

     

한편, 일배움터는 제주 최초로 청년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플로베’를 오픈, 안정적으로 운영 중일 뿐 아니라 최근에는 친환경 유기농 커피를 이용한 로스팅 사업까지 진행하며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 원장은 누구보다 먼저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그보다는 발달장애인들이 운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달장애인 직원들 대상의 바리스타 전문 교육에 힘썼다. 동시에 외부에서 열리는 각종 공식 바리스타 대회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직원들이 커피 장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특유의 꼼꼼함을 토대로 불량 원두를 잘 걸러내며, 전문적인 발달장애인 로스터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 줬다.

     

평범한 삶 넘어 받은 사랑 나누고, ESG 경영 실천에도 앞장

     

상황이 이쯤 되니 일배움터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두는 일 없이 일배움터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직원 가족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 원장은 끊임없이 발달장애인 직원들의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위해, 또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인으로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고민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일배움터는 2016년부터 매년 지역사회주민과 함께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폐화분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내 화분을 부탁해’ 캠페인을 시작한 것 외에도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도 진행 중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직원들까지 모두 월급 끝전을 모아 기부를 하고 ‘플로베를 배달하는 청년들’이란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제주 43 후유장애 어르신들에게 꽃과 화분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제주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분들의 마지막 길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근조 꽃바구니도 제공하기로 했다.

     

오 원장은 “이 모든 활동은 장애인 직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단순히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를 넘어 사랑을 나누는 주체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제안, 꾸준히 이뤄져 오고 있다”라며 “직원들 관심도 높아 자발적인 참여가 계속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배움터는 이런 다각적인 노력들 덕분에 지난해에는 13회 그린 로하스 엑스포 제주ESG경영 어워즈 행사에서 전 부문 ESG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채용 늘리고자 굿즈디자인팀 신설

     

한편, 일배움터는 ‘청년발달장애인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강점 활용 인재양성에 중점을 두고 올해 새로운 일자리 모델로서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일을 찾아가는 발달장애인 직무 개발로 올해 1월에 6명의 장애인 직원을 추가로 채용하기도 했다. 일배움터의 안정적인 운영에 안주하는 대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장애인에게 평범한 삶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은 오영순 원장의 강력한 뜻이 반영된 결과였다.

     

오 원장은 지난 2020년 직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끊임없는 설득 과정을 거쳐 새롭게 돌봄형 사회적 농장 ‘일배움터 플로팜(Flower+Love+Farm)’ 운영에 도전했다. 프로그램 운영비만 지원이 되니 비장애인 직원들 업무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진정성 있게 5년 동안 새로운 발달장애인들의 돌봄과 교육을 기꺼이 담당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눈에 띄게 성장을 했고 그들의 성장 기록이 담긴 ‘소우주를 만들다’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 기간 이후 참가자들의 거취였다. 이에 오영순 원장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그들에게 어떤 직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참가자들이 특히 재능을 보였던 디자인 역량을 백분 발휘할 수 있도록 굿즈디자인팀을 만들기로 하고 40명이던 장애인 직원 수를 46명까지 늘리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한 명의 직원을 책임진다는 것이 큰 부담이기는 하다. 또한 새로 구상한 사업이 사업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과정은 절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 믿기에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고 지금은 굿즈디자인팀의 수익 창출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굿즈디자인팀 수익이 거의 없는 데도 오영순 원장은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미소를 잊지 않았다. 일배움터에서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더는 ‘장애인이 아닌 장인’으로서 맡겨진 업무를 척척 수행해 내는 수많은 성공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확인했기 때문인 듯싶었다.

     

오영순 원장은 “제주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및 교육, 환경 부대시설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제주로 이사 오는 경우도 많다고 듣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는 제주 역시 충분치 않다고 생각된다”라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일반 사업체에서도 장애인들이 일할 기회를 많이 늘려 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녀는 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이나 중증장애인생산품에 대한 ‘착한 소비’에 동참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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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성실은 헤드헌터로 밥벌이를 하는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는 소셜임팩터를 찾아다닌다.

2020년에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리더 과정에 우연히 참여하며, ‘그들은 왜 사회적경제에 진심인 건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후 사회적경제 속 착한 가치를 발견하며, 착한 이야기가 가능한 널리 알려질 때 비로소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으로 ‘착한소문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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